5. 중국 철학 – 성리학
성리학은 12세기에 남송의 주희가 집대성한 유교의 주류 학파로 자기 수양을 목적으로 한다. 성리학은 주자(주희)의 이름에서 따와 주자학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송나라 시대 유학이라는 의미로 송학, 송나라와 명나라에 걸쳐있는 학문이라고 하여 송명이학이라고도 불렸다. 그 외에도 이전 유학의 가르침에서 나온 새로운 유학이라는 뜻으로 신유학, 정호와 정이에서 주희로 이어져 내려온 학통이라는 의미에서 정주학, 정주 성리학, 정주 이학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이학 또는 도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성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기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주희에 의해 확립된 이기론은 성리학의 뼈대가 되는 존재론이다. 이기론은 이학·기학이라고 나뉘어져 불리기도 하며, 우주론보다 심성론에 치중했다는 의미에서 심학이라고도 말한다. 이기론은 자연의 존재 법칙을 연구하는 성리학의 이론이다.
이기론에서의 리(이)는 원래 옥의 결이나 무늬를 의미하는 문자로 사물의 자연스러운 조리, 일을 순조롭게 이루기 위해 지켜야 할 질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송대 정주학이 정립되면서 성리학에서의 리의 의미가 확립되었는데, 우주를 이루고 만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인 법칙 내지 원리를 정의하게 되었다. 기 또한 중국 전통에서 긴 역사를 가진 개념 가운데 하나인데, 전통적인 기의 의미는 끝없이 변화하는 운동 작용을 통해 세상만사를 이루는 일종의 기운을 말한다. 기는 비록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물은 아니지만, 인간을 비롯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생명은 기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만물을 이루는 기본 요소라는 지점에서 성리학은 기를 물질적인 속성으로 다룬다.
리와 기는 사실 짝을 이루거나 연결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주희는 별개의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리와 기를 대치시켰다. 이 두 개념을 대치시킴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모두 품을 수 있는 큰 규모의 이론체계를 구성했다.
주희에 따르면 만물은 모두가 리와 기의 엮임으로 존재한다. 리는 만물이 ‘그와 같이 이루어진 근거’이자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는 법칙’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는 그러한 근거와 법칙에 따라서 현상세계를 물질적으로 형성하는 실질적인 질료가 된다. 리는 세계에 적용하는 추상적인 원리로써 형태를 지니지 않는 개념인 까닭에 현상 세계에서 리가 드러나는 것은 기의 작용에 의해 가능해진다. 그런 면에서 리와 기의 존재는 상호보완적인 동시에 형이상과 형이하의 대조적 개념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와 '기'는 서로가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현상의 세계는 모두 '이'의 법칙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므로 '이'와 '기'는 항시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리와 기에는 도덕적인 선악의 의미가 부여된다. 이기론에서 심성을 논함에는 '성'을 '이', '정'을 '기'로 본다. 인으로써 사랑하고, 의로써 미워하고, 예로써 사양하고, 지로써 아는 것이 ‘인, 의, 예, 지’의 ‘성’이자 ‘이’이다. '측은·수오·사양·시비'는 '정'이며 ‘기’인데, 선악의 관점에서 볼 때 리는 반드시 선한 반면 기에는 선과 악이 섞여 있다. 성리학에서는 각각의 사물에게 부여된 리를 성이라고 하는데, 리가 보편적으로 동일한 만큼 만물의 본성 역시 똑같이 선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각각의 사물을 구성하는 기에는 맑음과 탁함, 온전함과 치우침 등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선악의 정도 차가 생겨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리는 만물에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동일성과 보편적인 선을 의미하는 개념이며, 기는 만물 간에 존재하는 차별성과 선악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유교의 도덕론에서 이천은 성즉리와 심즉리 개념을 주장하였다. 주자는 성리학의 도덕론에 관하여 ‘성즉리’의 개념을 취했다. 사람의 성은 리이고 지선한 것이며 사람의 본연의 것이다. 심의 발동은 리에 의하여 가능하게 되는데, 그 리야말로 사람에게 본래의 성이라고 개념 지었다. 이러한 논리가 도덕론에 적용되면 인간은 자기 고유의 성(리)을 회복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덕을 완성하는 것이며, 개별적 인간은 실천에 의하여서만 일반자로서의 ‘도~이-성’을 구현할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주자에 의하면 우주 만물의 이를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한다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을 깊게 연구하는 것이며 나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의 이’와 ‘심의 이’ 사이의 통일적인 이해에는 아직 불충분한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주자학이 송대 이후 끼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 주자학은 주자의 생전에는 지방관적, 재야적 측면에서의 사상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나라와 명나라를 거쳐 청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관학적인 아카데미즘의 주류로 변화해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주자학은 조선이나 일본의 철학에까지도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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